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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 악의 평범성, 불복 능력

by 해피블루정이 202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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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대한 복종」(1974)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양심에 반하는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권위에 대한 복종」 인간에게 고통을 가하는 실험

"죽음의 수용소와 가스실이 세워지고, 그곳에서 마치 제품을 생산하듯 날마다 일률적으로 시체가 쏟아져나왔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정책은 처음에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 명령에 복종했기 때문에 대규모로 시행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화를 낸다. 그들은 증오에 찬 행동을 하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훨씬 더 위험한 무언가가 드러난다. 각자의 인간성을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은 커다른 제도적 구조 속에 녹아버린 듯하다." 

1961~1962년 예일 대학에서는  '권위에 대한 복종'에 실린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심리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험실에는 두 명의 참가자가 있었고, 한 명은 '교사', 다른 한 명은 '학습자' 역할을 맡았다. 학습자는 끈으로 묶인 의자에서 종이에 적힌 단어들을 외워야 했고, 틀리면 교사는 학습자에게 약한 전기충격을 가했다. 학습자가 단어를 틀리게 말할 때마가 교사는 실험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전압을 조금씩 높였다. 학습자는 끙끙거리다가 점점 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습자에게 전기가 흐르지는 않았다. 이 실험의 초점은 전압 버튼을 누르는 '교사'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교사 역할의 참가자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인간에게 점점 더 큰 고통을 가하는 실험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의 예측 및 결과

밀그램은 실험을 행하기 전 많은 사람들에게 결과를 예측해 달라고 했고, 대부분은 학습자가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을 때 교사가 즉각 실험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짜피 실험일 뿐인데 학습자가 고통스러운데 계속해서 전압을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교사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계속해서 감독관의 명령에 따라 조금씩 전기충격을 높였고, 결국 가장 높은 단위의 전압을 흘려보내기까지 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풀어달라는 학습자의 애원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결과는 상당 기간 논쟁을 일으켰다. 정상적인 인간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다른 실험이 시행되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교사역할의 참가자들이 가학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믿고 싶었으나, 밀그램은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직업의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고, 다만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고통'을 가한 참가자는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옳지 않음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악의 평범성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방어기제를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1. 실험의 과학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따라서 실험을 성공시키는 일이 참가자들의 안녕을 지키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실험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실험을 주관한 감독관에게 돌린다. 이것은 전범 재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난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방어적 태도와 통한다. 희생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나 양심은 명령자나 지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심으로 전환된다. 3. 큰 뜻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믿는다. 과거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이 종교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위해 싸웠다면, 밀그램의 실험 참가자들은 과학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4. 학습자의 가치를 무시한다. '단어도 못 외울 만큼 멍청하니까 그런 벌을 받아도 싸다'고 믿는 것이다. 지능이나 성격에 대한 무시는 독재자들이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없애도록 명령할 때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세상에서 없어져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없어지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밀그램은 참가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순순히 적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그들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보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에게 더 의무감과 복종심을 느끼고 스스로 실험을 포기하지 못했다. 실험에 자진해서 참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실험 감독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것이고 '무례'하다고 여겼다. 권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비명을 지르는 희생자에 대한 윤리적 양심보다 강했다. 실험 중간에 이의를 제기할 때조차 예절 바르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와 같은 말투로 이야기했다" 왜 그랬을까? 밀그램은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본성은 생존을 위해 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간의 모든 일은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위계서열에 따라 진행된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서 혼자서만 튀는 것을 꺼린다. 무방비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보다 더 괴로운 것은 혼자 외톨이가 된다는 두려움이다. 인간은 어릴 적부터 20년 가까이 남을 괴롭혀서는 안된다고 배운다. 이것 자체가 권위에 복종이 아닐까? 착한 사람이 되려면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면 남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 되는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후자를 택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그 무엇보다도 권위를 우선시하도록 세뇌되었음을 뜻한다. 개별적인 인간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며 자발적으로 사고한다. 그러나 체제나 계층 안에 속한 인간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버린다. 이때부터는 자신이기를 포기하고 다른 누군가를 위한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실제사례-나치스, 군사훈련

나치스의 아돌프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해 600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정신질환자가 아니었으며 죽음의 캠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숭고한 명분을 빌려 잔악한 행위를 명령한 충직한 관료였다고 주장되어오고 있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별다른 적대감이 없던 평범한 사람도 끔찍하고 파괴적인 과정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밀그램은 인간에게는 타고난 정신질환과 '악마적'성향이 존재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특별한 상황에서는 별다른 죄책감 없이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남녀 간의 차이도 거의 없었다. 군사훈련의 목적 또한 이러한 것이라고 보았다. 병사들은 정상적인 사회 및 도덕심과 분리된 환경에서 오로지 '적'에 대해서만 생각하도록 훈련을 받고 '의무'에 대한 집착, 싸움의 명분, 명령 불복의 두려움이 자리잡는다. "군사훈련의 표면상 목적은 군사기술 보충이지만, 근본적 목적은 인간의 개성과 이기심을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군사적 행동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물'일 따름이다.

불복 능력, 인간의 또 다른 본성

그렇다면 권위에 불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실험 참가자 중 극소수는 고통받는 학습자를 먼저 생각했다. 실험의 부당함은 대부분의 참가자가 똑같이 느꼈다. 그러나 실험을 거부하는 것은 윤리적,도덕적 배경을 지닌 소수 사람들이 권위에 불복하여 이뤄낸 큰 도약이었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한다. 밀그램은 세상의 문화가 권위에 복종하는 법만 가르칠 뿐,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기 일수인 권위에 불복하는 법은 가르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는 책은, 인간은 수천 년간 '위'에 있는 사람의 말을 따르도록 훈련되어 있지만, 악을 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의 강한 성향을 얘기하고 있다. 개인적 판단을 접고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고통이 될 때는 과감히 거부하고, 그 어떤 체제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려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설득의 심리학」「맹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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